3) 귀신, 저승사자, 괴한, 괴물의 실증사례
① 컴컴한 창고 속에 희미하게 나타난 귀신의 꿈
고(故) 한건덕 선생님의 꿈체험기로, 어떤 사람의 해명되지 않은 작품을 보게 되는 것으로 체험되었다.
② 깜빡 잠들었을 때 유령이라고 생각되는 험상궂게 생긴 사나이의 얼굴을 본 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성우의 웃음소리를 유령같다고 착각한 일로 체험되었다. 이 경우, 외부적인 자극으로 인한 꿈에 해당된다.
③ 유령이라고 생각되는 자들이 대추나무 가지에 의지해서 이쪽을 살펴보고 있어 “오라 너희들이 바로 유령이구나! 떳떳하게 그 나무에서 떨어져 나오너라.”하고 소리쳤더니, 그들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린 꿈
고(故) 한건덕 선생님의 꿈체험기로, 유령들은 원고작품을 읽고 평가해줄 출판사 사람들의 상징이었으며, 꿈속에서 사라져 버린 것처럼 소극적으로 임할 것을 예지해준 꿈이었다.
④ 붉은 망토의 유령이 춤추는 것을 본 꿈
다음날 불량배로부터 매를 맞고 코피를 흘리는 것으로 체험되었다.
⑤ 집에 쳐들어온 괴물들이 아버지를 붙잡아 마치 의사처럼 아버지를 정교하게 분해를 했다가 장난감처럼 맞추어 놓았던 꿈
그 꿈을 꾼 후, 아버지가 병에 걸리셔서 큰 수술을 받았다.
⑥ 눈만 내놓고 얼굴 전체를 붕대로 감은 귀신이 춤을 추고 있는 꿈
고(故) 한건덕 선생님의 꿈체험기로, 귀신은 어떤 사람의 예언서 작품을 뜻하는데, 얼굴을 붕대로 감아 누구인지 알 수 없게 한 것은 그 작품의 표제나 내용이 사람들이 납득할 수 없게 꾸며졌기 때문이다. 귀신이 춤을 추고 있으니, 그런대로 세상에 선전 광고는 잘되고 있다는 것이 된다. 이 경우의 꿈에서는 귀신이 어떤 사람의 정신적 작품을 상징하고 있다.
⑦ 환자를 둘러싸고 춤추는 귀신들의 꿈
‘병자를 향해서 귀신들이 춤을 추고 있으니, 그 병자는 갈데없이 죽었구나.’생각하고 불안해했다. 현실에서의 결과는 꿈속에서 환자는 어떤 병을 상징하고 있었고, 둘러선 귀신들(귀신처럼 현명한 의사들)이 번갈아가며 진찰하고 치료할 일을 춤추는 것으로 묘사해낸 것이었다.(글: 한건덕)
⑧ 어떤 예쁜 여자와 괴물같은 남자가 째려보는 꿈
꿈을 꾼 후에 몸살이나 머리가 아픈 일로 체험되었다. 또한 귀신이 친구의 허리에 앉아 있던 꿈을 꾼 후에, 친구가 허리가 아프다고 하는 일로 실현되었다. 이처럼 꿈속에서 괴물은 병마(病魔)의 상징 표상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이 경우 괴물을 죽이거나 물리치는 꿈은 질병에 걸리지 않는 일로 실현된다.
⑨ 친정집을 찾아 가는데 그 골목길에 하얀 옷을 입을 귀신같이 무섭게 생긴 사람들이 못 올라가게 자꾸 막거나 내 몸을 내려가라고 미는 꿈
어느 주부의 꿈이다. 이러한 꿈을 여러 차례 꾸었을 경우, 친정집이 있는 곳으로 가지 말라는 계시적인 꿈으로 볼 수가 있다. 현실에서는 남편의 뜻에 따라 남편의 직장이 있는 도시에 살지 않고, 다른 도시에 있던 친정집에서 출퇴근하는 등 따로 헤어져 있던 중에 교통사고 등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는 현실로 실현되었다.
⑩ 귀신이 시퍼런 눈을 뜨고 쫓아오는 꿈→ 외부적 감각 자극
귀신이 시퍼런 눈을 뜨고 쫓아오는 꿈을 꾼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실눈을 뜨고 자는 버릇이 있었는 바, 공교롭게도 안방의 보일러 작동 표시등의 파란 불빛이 실눈에 비춰지는 여건에서 잠을 잔 경우이었다. 안락한 수면을 방해하여 다음날의 일상생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될 것을 꿈으로 일깨워준 것이기에, 작동표시등을 가리거나 돌아눕거나 하여 평온한 숙면을 취하게 해주고 있다.
⑪ 유령, 괴한, 귀신들이 웃는 꿈
어떤 집 방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많은 남녀가 방안에 있었다. 그들 중에는 손발이 잘리고 헤어지고 때묻은 옷을 입은 거지들도 있어, 손을 내밀어 이 사람을 붙잡으려고 하며 "우리는 유령이다. 이리로 오라." 며, 깔깔대고 웃는 것을 역겨워 보다 못해 문을 닫아버렸다.
이는 정신분열증 환자인 딸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마음먹었을 때의 어느 아버지의 꿈이다. 결국 정신병원의 한 장면을 목격한 그는 그 병원에 딸을 입원시키는 것을 단념하고 말았던 꿈이다.(글: 한건덕)
⑫ 귀신(유령)이 남편을 쫓아와 덮치는 꿈
현실에서는 남편이 초상집에 갔다오는 일로 실현되었다.
⑬ 괴물이 괴롭히며 따라 다닌 꿈→ 직장 상사의 죽음
꿈에 얼굴은 괴물이고 몸은 사람인 것이 밤새도록 저를 괴롭히며 따라 다니고, 저는 무서워서 도망을 다녔습니다. 회사에서 제가 존경하는 부장님이 그 다음날 낮에 병원에서 운명하셨습니다.
⑭ 저승사자가 데려가려는 것을 막은 꿈→ 죽음을 모면하다.
저와 아주 절친했던 친구의 꿈입니다. 그 친구는 주말부부였어요. 아들 딸 남매가 있었고요. 하루는 잠을 자는데, 꿈에 계단 저 아래서부터 쩌렁쩌렁 방울같은 종소리가 들리더래요. 그때 5층에 살았는데, 계단으로 저승사자가 앞에 서고, 뒤에 사람들이 줄줄이 서서, 현관문을 쓰윽 통해 들어오더니, “가야될 때가 됐다.”고 가자고 하더래요. 그래서 못간다고 울고불고 난리 피다가 깨어났는데, 너무 무섭더라죠.
그 다음날은 주말이라 신랑이 집에 와서 같이 있었는데, 똑 같은 꿈을 꾸게 되었다네요. 저승사자가 가자고 잡아당겨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자기 몸이 신랑 옆에서 자고 있더래요. 그래서 울며불며 우리애들 불쌍해서 못 간다구 도망쳐서 신랑을 꽉 잡고 안놔줬더니, 쳐다보며 현관문을 통해 스르르 그냥 가 버리더랍니다. 10년 정도가 다 되어가는 꿈얘기인데도 소름이 돋네요. 그 친구 지금 천안쪽으로 내려가 잘 살고 있습니다. ---라일락향기, 2009.04.30.
그냥 간 것이 다행이며, 무언가 위태로움에 빠졌다가 벗어나는 일로 실현될 수도 있다.
⑮ 동생을 저승사자가 데려가려는 것을 막은 꿈→ 머리를 다쳤으나, 뇌진탕 진단만을 받게 되다.
나와 어머니의 꿈은 너무 잘맞는 편이다. 특히 정초의 꿈은 1년의 흥망성쇠를 좌우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동네 아이들끼리 모여서 놀 때, 한쪽 다리를 들고 힘껏 밀쳐서 넘어뜨리는 놀이가 있었다. 하루는 꿈속에서 그 놀이를 즐기는 중이었는데, 당시 덩치가 제법 크던 오빠가 다가와서 동생을 힘껏 넘어뜨렸고, 동생은 뒤로 넘어져서 머리가 크게 깨지고 정신을 잃었다. 놀란 아이들은 웅성거리면서 동생 주위에 모여들었는데, 갑자기 내 눈에만 동생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오는게 보이는게 아닌가. 그리고 동생 옆에는 까만 옷을 입은 남자가 동생 손을 끌며 데려가려고 했는데, 내가 본능적으로 앞을 막아서니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며 “네 눈엔 내가 보이느냐?”고 물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하자, 저승사자는 “네 동생이 몇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으니, 이제는 데려갈 때라.”고 나를 설득시켰는데, 내가 “동생은 병원생활을 하느라 여행 한 번 가보지 못했으니, 차라리 내 수명의 반을 줘도 괜찮으니 나를 데려가라.”면서 울자, 저승사자가 웃으며 “네 정성이 갸륵해서, 동생을 살려준다.”고 했다.
실제로 3일 뒤에 동네아이들이랑 놀 때, 그 오빠가 밀쳐서 동생이 뒤로 크게 넘어졌다. 꿈에서 본 그대로 아스팔트 바닥에 뒤통수에서 피가 흐를 정도로 머리를 크게 다쳤는데, 30초정도 잠깐 기절했다가 곧바로 일어났고, 다행히 아주 경미한 뇌진탕 진단만 받았다.
⑯ 친구가 괴물에게 쫒기는 꿈→ 못된 놈에게 시달리게 되다.
친구에 대한 꿈을 꾸었지. 제일 친한 친구가 어떤 괴물같은 남자한테 쫓기는 거야. 얼굴은 형체도 없이 뭉개져 있고, 진짜 괴물인간인 거야. 덩치도 크고, 그래서 내가 숨겨 주는 꿈이었어.
잠에서 깼는데, 영 찝찝해서 친구에게 전화를 해봤지. 그랬더니 얘가 하는 말이 “나 진짜 쫒기고 있어” 그러는 거야. 사귀는 남자가 덩치는 큰데다가, 무식한 인간이 칼까지 휘두르면서 괴롭힌다는 거야. 착한 내 친구, 아파트까지 다 내주고, 지금은 혼자 지내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그래.---데이. 2012.04.05.
⑰ 원귀가 치료를 방해한 꿈→ 결국 환자가 죽게 되다.
안덕수(安德壽)는 세종조의 명의라. 나이 늙고 병이 많아 사람으로 더불어 드물게 보되, 그 진맥하고 약을 짓기를 백에 하나를 틀리지 아니하니, 고질이라도 못 살리는 병이 없는지라. 한 사람이 정신병을 얻어 여러 달을 고통스러워하더니, 안덕수는 약을 써 다스려 그 증상이 다섯 번 변하되 다 효험을 본지라.
그날 밤 꿈에 한 사람이 덕수에게 일러 가로되, "내가 이 사람에게 원한이 있어, 이미 옥황상제에게 고하고 '반드시 죽이고 말리라.' 하여, 이미 다섯 번이나 병의 증세를 변하게 하여 약을 피했다. 그러나, 공이 다섯 번 약을 변하여 치료했으나, 내 장차 공을 이기리라. 명일에 마땅히 그 병을 여섯 번째 변할 것이니, 공이 만일 새 약으로 다스리면 마땅히 그 원한을 공에게 옮겨 붙어 탈이 나게 하리라."
덕수가 깨어서 괴이하게 생각하더니, 이윽고 병가(病家) 사람이 와 병을 물으니, 과연 여섯 번째 변한지라. 덕수가 '병들었노라.' 일컫고 아니 갔더니, 마침내 그 사람이 죽으니, 슬프다! 사기(邪氣)가 사람에게 비록 해를 끼치는 경우가 있으나, 반드시 혈기의 허함을 인하여 그 사특함을 펼치니, 사람이 능히 좋은 약으로 막으면 사기가 틈을 타지 못하는지라. 아깝도다! 덕수가 한 꿈에 혹하여 마침내 사람을 구하지 않았도다.---『어우야담』
이처럼 계시적 꿈에서 귀신(죽은 사람)이 나타나 부탁을 하거나 일러주는 경우도 있지만, 오늘날 꿈에 나타나는 대부분의 귀신 역시 현실의 어떤 사람의 행위나 사건을 상징적으로 표상하고 있으며, 전체 꿈속에서 어떠한 상징 의미를 담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⑱ 병입고황→ 병마(病魔)들의 이야기
<춘추좌씨전> 성공(成公) 10년조의 기록이다.
진나라 군주가 꿈을 꾸었는데, 큰 여귀가 머리칼을 땅까지 늘어뜨리고서 가슴을 치며 뛰면서 말하기를 “내 자손들을 죽였으니, 너를 용서하지 않으리라. 나는 천제의 허락으로 네 목숨을 거두러 왔도다.”
경공은 떨면서 한없이 도망치다 문득 잠에서 깨어났다. 경공은 너무도 불안하여 점쟁이를 불러 물어보았다. 점쟁이의 대답은 이러했다.
“황공합니다만, 이미 때가 늦었습니다. 임금님께서는 새 보리가 익어도, 그것을 잡수시기 전에 돌아가실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경공은 화를 낼 기운도 없이 그대로 자리에 눕게 되었는데, 온갖 약을 써도 전혀 차도가 없었다. 그래서 이웃나라 진에서 이름 높은 명의 고완을 청하게 되었다. 고완을 기다리고 있을 때, 경공은 또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병마(病魔)가 두 사람의 동자로 변해, 경공의 콧구멍에서 튀어나와서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었다.
“고완이 온다고 하는데, 우리도 위험하니 어디로 숨어야 하지 않을까?”
“글쎄. 황의 위쪽, 고의 밑으로 들어가면 아무리 용한 고완이라도 해도, 어찌할 수 없을 거야.”
이런 이야기를 하고 두 동자는 다시 콧구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날고완이 도착하여 곧 경공을 진찰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말씀드리기 황공합니다만, 병이 황의 위, 고의 아래에 들어 있어서침도 약도 듣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천명이라 생각하십시오.” 경공은 놀라고 슬픈 가운데서도, 고완을 정말 천하의 명의라 생각하고 후히 대접해 보냈다. 그러나 경공은 곧 죽지는 않았다. 이윽고 6월 그믐께가 되자, 새로 익은 보리로 쑨 죽이 경공의 밥상에 올랐다. 이에 경공은 전날 자기 병에 대해 점을 친 점쟁이를 불러 호통을 쳤다.
“너는 나보고 새 보리를 먹기 전에 죽는다고 했는데, 지금 나는 이렇게 새 보리를 먹게 되었다. 함부로 나를 조롱한 죄,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그리고는 즉시 점쟁이의 목을 베게 했다. 그러나 막 먹으려고 할 때배가 아파 왔다. 그래서 변소에 갔는데 가자마자 정신을 잃고 쓰러져, 그길로 죽어 버렸다. 신하들은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이 그를 죽게 했다고들 쑥덕였다.
이로부터 병이 고황에 들었다고 하면, 도저히 회복할 가망이 없는 깊은 고질병임을 뜻하게 되었다. 죽음을 알려주는 데서 꿈의 신령스러운 계시․고시(告知)가 나타나 있으며, 병균들이 사람처럼 주고받는 꿈의 이적(異蹟)등이 나타나고 있다. 고황에서 유래된 말로 천석고황(泉石膏.)이라는 말이 있다. 천석(泉石)은 샘과 돌로써 대유법으로 아름다운 자연을 뜻하고, 고황은 고치지 못하는 병으로, 자연을 몹시 좋아하는 것을 일컫는다. 정철이 지은 <관동별곡> 의 첫 부분이 ‘강호에 병이 깊어 죽림(竹林)에 누었더니’로 시작되고 있는데, 여기서의 ‘병’은 ‘자연을 몹시 좋아함’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천석고황과 같은 뜻의 비슷한 말로, 연하고질(煙霞痼疾)․연하벽(煙霞癖)이란 말이 있다.
